가전체 저생전(이첨) 한눈에 읽기

작품명: 저생전
작가명: 이첨
 
[제목 읽기]
저생: 저-종이의 원료인 닥나무/ 생-젊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저생전은 종이를 의인화한 가전체 작품임. 저생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데, 작가의 자전적 삶의 내용이 함축적으로 반영되어 있음.
 
[핵심 정리]
1. 갈래: 가전
2. 배경: 한나라에서 명나라까지 저생의 삶, 저생의 가계인 채씨가의 흥망성쇠의 과정
3. 성격: 경세적, 교훈적, 우의적
4. 주제:
• 문신으로서의 올바른 삶
• 근신(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신하)과 정객들의 직간을 주제로 하여 위정자들에게 올바른 정치를 권유함
5. 특징
- 종이를 의인화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차적 구성(일대기적 구성, 통시적 구성)
중국의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와 인물의 행적을 연결함.
계세징인을 목적으로 함.
서술자의 진술을 통해 저생의 후손들의 공적이 요약적으로 나열됨.(가전의 일반적인 구성에서 벗어남.)
 
[작가 정보]
이첨은 고려 말 공민왕 때 벼슬을 하기 시작하여 조선의 태도를 거쳐 태동에 이르는 기간 동안 벼슬을 함. 고려 말 1365년(공민왕 14년)에 감시에 합격하며 관직에 진출함. (1375년(우왕 1년) 권신 이인임, 지윤을 탄핵하다 10년간 유배 생활을 함. 조선 건국 뒤 다시 등용됨.)
 
[작품의 줄거리]
저생은 채륜의 후손으로 성품이 맑고 깨끗하여 여러 가지 학문에 통달한 사람이었음. 한나라 때 그 재주를 인정받아 벼슬길에 오름. 진나라 때는 글재주로 이름을 날렸으며 양나라에 이르러 사서를 편찬했음. 위수가 불공정한 처사에 반발하여 사퇴하고 장부를 기록하는 미관말직으로 옮겨 갔음. 그 뒤에 진왕의 사랑을 받다가 수양제에 이르러 미움을 받아 벼슬길에서 쫓겨났음. 당나라 송나라에서는 문명을 떨쳤고 송나라 말기에는 왕안석에게 미움을 사 배척당하고 쓰이지 못했음. 원나라 때는 본업에 힘쓰지 않고 이익만을 도모하다가 세인들의 지탕을 받았으나 명나라에서 벼슬을 하여 사랑을 받았음. 그 후 자손들도 번창하여 모두 대부가 됨.
 
[작품의 구성]

도입	저생에 대한 소개 -저생의 성은 '저'이며 이름은 '백'이며 채륜의 후예임. 무인보다 문인을 좋아하며 모 학사와 교분이 두텁고 학문이 뛰어남.
전개	저생의 내력과 용도 -한나라→당나라→송나라→원나라→명나라에 이르기까지 종이의 내력을 기술하고 종이를 용도에 따라 나눔.
평결	저생의 가계 -저생 가계의 흥망성쇠를 설명하고 후손들이 천하에 가득하다고 칭찬함.

 

[작품 구조도]

[일반적인 가전체의 형식과 비교]
1) 가전체의 일반적 형식
  • 도입-전개-논평으로 구성됨
  • 주인공의 가계 소개-주인공의 삶과 이력-사관의 평가
2) <저생전>의 형식
  • 도입: 주인공의 성격과 능력 소개
  • 전개: 주인공의 삶에 대한 서술
  • 논평: 주인공의 가계 소개 및 흥망성쇠의 과정 서술
 
* 일반적인 가전의 형식은 도입-전개-논평으로 구성됨. 도입에서 주인공의 가계가 먼저 소개되고, 전개에서 주인공의 삶과 이력이 서술된 후, 마지막 논평에서 사신의 평가가 이루어짐.
그러나 <저생전>은 '태사공은 말한다'로 시작되는 논평 부분에서 주인공의 가계를 소개함. 도입 부분에서 주인공의 성격과 능력을 소개하고, 전개 부분에서 한나라에서 명나라에 이르는 동안의 저생의 삶을 서술하고 논평에서 저생의 가계인 채씨가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음.
* 저생전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살았던 작가 자신의 삶을 저생의 삶에 빗댐. 가계보다는 주인공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음.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람직한 정치인상]
1) 저생의 성질이 정결하고, 문사들만 사귐 → 무보다는 문을 더 높게 평가하는 작가의 가치관
2) 저생은 과거를 통해 당당하게 정계에 진출함 → 학문적 실력으로 정치에 진출한 신흥 사대부로서의 작가 의식
 
* 저생이 '성질이 정결하고, 무인을 좋아하지 않아 언제나 문사들만 사귀어 놀았다'라고 서술됨. 무보다 문을 더 높게 평가하는 작가의 가치관을 읽을 수 있음. 저생은 자신의 학문 능력을 과거를 통해 입증하여 당당하게 정계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임. 여기에서 작가는 정결하고 능력 있는 문인의 모습을 신하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 학문적 실력을 바탕으로 과거 시험을 통해 정치에 진출한 신흥 사대부로서의 작가 의식과 관계된 것으로 고려 시대의 부정적 정치 현실과 무능한 성비들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함.
 
[중국사의 차용]
저생전은 중국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저생의 흥망성쇠를 말함. 종이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기에 근본적으로 중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 또 한편으로는 조선의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유적 공간으로 중국을 활용한 것으로 보기도 함. 즉 정치인이었던 작가가 조선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음.
 
[저생전에 드러나는 작가의 인생관]
이첨은 저생과 저생의 가계를 제시하여, 삶은 노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운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 이러한 운명론적 사고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적극적인 노력보다 왕, 나라, 그리고 역사의 힘에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음.
 
[가전체 문학의 한계]
가전은 사물을 의인화하여 그 일대기를 전기의 형식에 따라 허구적으로 그린 작품을 말함. 세상 사람들에게 경계와 징벌 등의 교훈을 전달을 목적으로 창작된 산문 문학임. 가전은 소설에 근접한 문학이기는 하지만 역사적인 근거를 관념적으로만 활용하는 데 그치는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어 소설 갈래에 이르렀다고 보지 않음.